공부의 신 각색과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지만 무엇보다도 연출이 괜찮은 것 같다.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유치해지기 쉬운 설정과 상황을 깔끔하게 연출해서 한시간 동안 계속 가볍게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배두나와 이사장, 특별반 선생님들 연기에서 가장 빵빵 터지고, 유승호 고아성 이현우 박지연 풋풋한 아이들은 얼굴만 봐도 귀여워서 흐뭇해진다. 5회에서는 백현(유승호)가 강석호변호사(김수로)의 집에 문을 따고 들어가서 기다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승호 옆모습이 그림같았다. 만약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런 애가 기다리고 있다면 심장에 무리가 와서 숨을 쉴수가 없으니 제발 나가달라고 할것 같다.
공부의신에 강변호사 역을 김남길로 바꾼 패러디 팬픽임
(공신7회의 설정과 선덕의 비추라인의 믹스라고 해야하나... 애매함..)
승호는 춘추캐릭이 아니라 백현의 설정이고, 남길은 강변호사처럼 학생들을 위해 참고 받아주는 선생님이 아니라
비담처럼 자기맘대로 협박하고 폭력도 쓰는 나쁜 선생임
12금 BL
남길은 문을 열려다 자물쇠가 풀려 있는 것을 보고 멈칫 했다.
'도둑이 들었나.'
문을 천천히 밀고 들어서자 방안에는 뜻밖에도 백현이 벽에 기대어 그를 기다리고 서있었다. 백현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언제나처럼 꼿꼿하고 팽팽한 자존심의 기운이 그를 화르르 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남길은 문을 닫고 가방을 의자에 툭 던졌지만 백현은 무슨 생각에 빠져있는지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니가 왠일로 여기까지 왔냐?"
재미있다는 듯 미소지으며 보는 남길의 시선을 백현은 쏘아보듯 맞받아쳤다.
"사무실은 왜 뺀거야?"
냉정한 말투였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는 백현이 흥분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남길의 사무실을 뺀 돈이 어디로 갔는지는 백현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남길에게 확인한다 해도 백현은 자신이 상황을 변화시킬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모른척 넘어가는 것은 더욱 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게 그렇게 궁금해?"
남길을 빙긋 웃으며 백현에게 다가갔다.
"사무실 왜 뺐는지... 중간고사에 만점 받으면 알려주지."
"뭐?"
백현은 말도 안된다는 듯 남길을 바라보았다.
"너 나 밉지? 밟아주고 싶지?"
남길은 계속 백현이 유치하고 귀엽다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팔짱을 끼고 그를 내려다 보며 태연히 말했다. 그럴수록 백현은 약이 올랐고 한대 패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빚진게 있으니 참으려 애썼다. 독이 올라 쌔근거리는 백현을 보며 남길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정색을 하고 말했다.
"니가 중간고사에 만점 받으면 전교생 앞에서 너한테 무릎꿇겠다."
백현은 뜻밖의 제안에 멍했지만 불가능해보이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없냐?"
남길은 잡아먹을 듯 백현의 눈을 응시했다. 얼핏 보면 백현이 진다해도 잃을게 없고 남길이 불리해보이는 제안이었지만 실은 그 반대였다. 백현이 진다면 가장 치명적인 자존심을 잃는 것이었고 만점을 받아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무릎 꿇는다고 약속했다?"
그것을 알면서도 백현은 자신도 모르게 불끈 해서 말이 나왔다.
"약속은 꼭 지킨다."
남길이 만족한 듯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백현은 두고 보자는 듯 남길을 째려보고 그를 지나쳐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나 남길은 한손으로 열린 문을 밀어 도로 닫더니 백현이 문을 열지 못하도록 문에 기대어 섰다.
"나 아직 말 안끝났다."
백현이 부글부글 끓던 말던 남길은 야릇한 미소를 띄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니가 내 학생이라지만... 남의 방을 함부로 따고 들어오면 안되지. 위험해."
그리고 백현의 하얀 뺨에 손가락을 댈듯 가져갔다가 치웠다.
"너같이 예쁜 애가 이렇게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불쑥 들어오면 되냐?"
백현은 재수없다 어이없다 황당하다 싶은 표정으로 할 말을 잃었다.
"너 그게 선생으로서 학생한테 할 소리야?"
"오~ 너한테 선생님 소리 첨 듣네."
짐짓 기분좋다는 듯 눈을 굴리는 남길에게 백현은 이를 악물고 씹어 뱉듯이 말했다.
"너 나한테 반했냐? 사랑해? 이런 변태같은게 선생이라구..."
남길은 백현의 경멸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비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니가 걱정되서 그래."
"뭐?"
남길은 놀리는 건지 진지한 건지 알 수 없는 태도로 옛날을 회상하는 듯 먼 곳을 바라보았다.
"나 예전에도 잠깐 학교 선생님 한 적 있었어. 내가 왜 짤렸는지 말해줄까?"
백현은 대답없이 남길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가르치던 학생 하나가 나랑 살겠다고 가출해버렸거든."
백현은 귀찮고 짜증난다는 투로 말했다.
"순 날나리들만 있는 학교였나보네."
남길은 백현의 얼굴에 다가가며 차갑게 속삭였다.
"신라공고였어."
'공고? 그럼... 남자고등학교?'
백현은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으며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이자식... 뭐야? 진짜... 변태? 게이에다... 미성년자까지 건드려?'
백현의 창백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남길은 그까짓건 아무일 아니라는 듯 픽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빠지지 않게 조심하라구. 난 시끄러운 일은 딱 질색이어서 말이야."
남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안된다는 표정으로 장난치듯 백현의 눈앞에서 검지손가락을 까닥였고, 백현은 그런 남길의 손을 탁 쳐서 뿌리쳤다.
"손이 제법 맵네."
남길은 아픈 손을 탁탁 털며 백현을 가늠하듯 바라보며 말했다.
"니가 학교에서 짱이라고 하던데... 맞장 한번 떠볼까?"
그러더니 남길은 도발하듯 백현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빙빙 감아 돌렸고, 백현은 더이상 참지 못하고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백현의 주먹은 남길의 손에 잡히고 말았고 남길은 잡은 백현의 팔목을 잡고 뒤로 꺾었다. 놀란 백현은 반사적으로 다시 잡히지 않은 다른 손의 주먹을 남길을 향해 날렸지만 그 손목도 남길에게 잡혀 막히고 말았다.
"이거 놔. 안놔?"
백현이 버둥거렸지만 건들거리는 겉모습과 달리 악력이 센 남길의 손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백현이 발로 차려고 하자 남길이 그의 손목을 비틀었고 백현은 비명을 지르며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얌전히 있어라."
남길은 바로 코앞에서 증오와 경멸과 자괴감으로 불타고 있는 백현의 눈을 차갑게 들여다 보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충고 하나만 더 하자. 교실에서 함부로 책상엎고 성질부리지 마라. 멋으로 싸우는 애들 싸움하고 진짜 어른 싸움은 달라. 주먹을 쓰기 전에 꼭 써야 하는 상황인지 판단부터 해. 성질머리가 생각을 앞서서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어."
남길의 숨결이 코앞에서 느껴졌고 백현은 계속 남길에게 말려들어가 당하기만 하는 자신의 모습에 더 화가났다. 하지만 남길의 말대로 물러서야 할 때를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남길은 백현의 눈빛이 점차 수그러들어 이성을 되찾아가자 손목을 놓아주었고 백현은 아픈 손목을 주물렀다.
"넌 변호사가 왜 법대로 안하고 싸움을 하는데?"
백현은 분노와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무뚝뚝하게 물었다.
"맨날 조폭들 상대로 소송하다 보니 생존을 위해서라도 싸우게 되더라."
남길은 슬쩍 백현의 기분을 살피며 가볍게 대답했다.
"너도 조폭 전문 변호사의 기본 자질은 있어보이는걸?"
남길은 언제 싸웠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이제 공부만 하면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