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욱과 명훈이 한참 갈등하던 40~45회 정도에 있었을 법 한 장면을 써봤습니다
포장마차에 마주않은 동욱과 명훈
명훈 : 내가 집에 오는게 그렇게 싫어?
동욱 : 당연하지. 널 볼때마다 내가 신태환 아들이라는게 생각나서 기분나빠.
명훈 : 난 그래도 우리가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상대라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우린 둘 다 직접적인 피해자잖아.
동욱 : 그래. 알아. 화내야 하는건 너라는 것도. 니 아버지를 내 아버지가 죽였으니까.
명훈 : 그런데?
동욱 :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있는 다른 애들이 부러웠어. 이제야 겨우 아버지가 생겼는데 너와 형이 죽이려고 해. 이렇게 아버지를 두번씩이나 보낼 수는 없어. 나를 아껴주고 돌봐주고 자랑스러워해주는 아버지가 이젠 나도 있다구.
명훈 : 역시 넌 신태환의 아들이군. 난 30년동안 한번도 신태환에게서 그런 감정을 느낀적이 없어. 나를 아껴준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나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느낀 적도 없어. 신태환은 내겐 늘 두렵고 무서운 아버지였지. 신태환에게 난 늘 모자란 자식이었고.
동욱 : ...
명훈 : 그래서 언제나 니가 부러웠어. 넌 신태환이 나한테 요구했던 오기 독기 이런 걸 갖고 있었으니까.
동욱 : 그래. 난 신태환과 닮은 구석이 있어. 그게 참을 수 없이 싫어. 인정하고 싶지 않아.
명훈 : 아까는 아버지가 생겨서 좋다며.
동욱 : 그게 문제야. 신태환을 증오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이 되어서 행복하게 살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이 마음속에 있으니까. 미칠 것 같아. 신태환을 용서할 수 없어. 해서도 안돼고. 그런데 그냥 다 용서하고 묻어버리면 안될까 하는 마음이 드는거야. 그래선 안되는데. 어머니와 형의 원수인데.
명훈 : 내 문제보다 복잡하군. 인정해.
동욱 : 너를 제일 힘들게 하는 생각은 뭐지?
명훈 : 내가 내 가족들에게 나쁜짓을 했다는 사실.. 죄책감.. 집을 부수고 행패를 부리고.. 하지만 가족들이 용서하고 받아들여주니까 잊을 수는 있어.
동욱 : 그래.. 가족이니까 용서가 되겠지. 그러니까 난 신태환이 용서가 되는거고, 어머니나 형은 신태환이 용서가 안되는거고...
명훈 : 난 신태환이 용서가 된다.
동욱 : 뭐?
명훈 : 나를 키워줘서가 아니고.. 신태환이 앞으로 저지를 악행은 막아야겠지만, 내 아버지를 죽인건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뉘우친다면 용서할 수 있을거 같아.
동욱 : 니가 아버지 없이 자란 설움을 모르니까 하는 소리야.
명훈 :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저지른 잘못도 많으니까.. 나도 철거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사람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 후회하면 용서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욱 : ...
명훈 : 너도 신태환을 용서해줘라.
동욱 : 과연.. 형이 그런 날 이해해줄까?
명훈 : 그건 형의 몫이고.. 넌 니 감정을 추스르는게 니 할 일이다.
동욱 : 넌 참 속 편하게 생각하는구나.
명훈 : 그래. 날보고 이기적이라더군. 하지만 내 생각엔 그게 옳은거 같아.
동욱 : ...
명훈 : 니가 니 감정과 반대로 신태환을 용서하지 않고 칼을 겨눈다면 형과 어머니는 마음이 편할까? 너도 겉으로는 아닌척 하면서 속으로 괴로워하면서 가족들과 아무일 없는 듯 살 수 있을까? 난 신태환의 집에서 수십년동안 속으로 괴롭지만 겉으로 아무일 없는 척 살아왔지만.. 그건 사는게 아냐.
동욱 : 그래. 내가 신태환을 받아들인다면 신태환의 아들인걸 인정한다면 널 미워할 이유도 없어지겠지. 형과 어머니의 감정은 그들에게 맡겨두고.. 하지만 형과 신태환이 서로를 노리고 싸우고 있는데 내가 못본 체 할 수 있을까?
명훈 : 나도 그게 걱정이야. 결국은 한쪽이 쓰러져야 끝날 것 같아서..
Fade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