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 중기 근석이가 회전문 3인방이란 얘기를 들으니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의 공통점이 그거였구나 싶다.
(회전문이란게 겉으로 보이는 좋은 이미지와 달리 말하는걸 들으면 확 깬다는 뜻이란다)
보통 연예인과 다르게 자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단점까지 솔직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거,
자기주관을 뚜렷하게 밝히고 싫고 아니다 싶은 건 입에 발린 말 못하고 좋은 척 못하는 거,
그런 사람들을 내가 좋아하는 모양이다.
(내가 싫은 건 바로 얼굴에 표가 나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껴서 그런지도 모른다)
가장 까다로운 건 아인이지만, MC를 잘 보고 순발력있고 유연하게 말 잘하는 중기나 근석이도
싫은 걸 좋은 척은 못하는 것 같고 자기생각에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편인 것 같다.
런닝맨을 가끔 보면, 중기가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즐기지는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면이 예능에서도 잘 나가는 이승기와는 차이점인 것 같고, 중기의 그런 면이 난 더 맘에 든다.)
승호도 인터뷰를 들으면 확 깨는 면이 있는데 위에 셋과는 다르게 깬다.
극에서는 완전히 성인이라고 생각되는데 인터뷰하는걸 들으면
이건 고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같이 애기같고 맘이 곱고 여린 느낌이다.
언제쯤이면 회전문 3인방처럼 어른스럽게 느껴지고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어떤 작품을 선택해도 믿음직하고 든든할지 모르겠다.
장근석 한류 다큐멘터리를 보니 그가 일본에서 성공한 비결을 알 것 같았다.
진출한지도 오래됐고 성격도 일본에 없는 밝고 가볍고 자유분방한 성격이라 인기를 끌었지만
그 인기를 폭발시키고 단단히 결집시킨 것은 단순히 캐릭터구축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인기요인을 분석한 사람의 말 중에 배우는 팬미팅에서 이야기밖에 할게 없는데
근석이는 노래가 되고 춤도 추고 MC도 하기 때문에 다양하게 팬미팅에서 팬들에게 보여줄 거리가 많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근석이는 블루오션에 포지셔닝한 연예인인 것 같다.
크게 아이돌과 배우로 양분된 한국시장에서 그는 어느 하나도 최고로 거론되지는 않는다.
춤과 노래를 잘 하지만 아이돌만큼은 못하고, 연기도 잘하지만 최고로 손꼽히지는 않고,
MC도 잘 보지만 MC를 잘하면서 본업도 잘하는 연예인들은 많다.
그런데 그런 다양한 능력이 모두 A+에는 못 미치지만 모두 A급은 되기 때문에
그것들이 합쳐지면 시너지를 일으켜서 A+를 능가하는 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다.
연기가 받쳐줘서 노래할 때 전달력이 커지고, MC를 해서 스스로 팬미팅과 콘서트를 이끌어간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콘서트와 팬미팅을 춤, 노래, 연극, 팬들의 참여가 어우러진 새로운 장르의 엔터테이닝 상품으로 만들어 낸 것은 그만이 가능할 것 같다.
종합 예술이라면 뮤지컬도 있지만 관객과의 즉석대화나 스킨쉽 오락적인 측면이 부족하다.
그가 뮤지컬배우들과 달리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MC를 하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는 갈라 쇼이다.
또 일본시장이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번 기획한 콘서트로 전국순회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 한국시장보다 좋게 작용한 것 같다.
(그렇더라도 한국어로도 하기 힘든 MC를 일본어로 진행하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기특하다.)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로코장르 드라마와 영화를 계속 해서 별로 볼일은 없지만 근석이에게는 그쪽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