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이 일하는 편의점. 해진은 일하고 있고 근석은 계산대 옆에서 노트북으로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다.
해진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해진 : 엄마? 엄마.. 엄마! (급하게) 기다려요 지금 갈께요 기다려요!(전화를 끊는다)
근석 : 무슨 일이야? 어머님 아프시대?
해진 : (급하게) 근석아 엄마가 쓰러지신거 같아. 나 지금 집에 가봐야 해. 2시간 후면 주인아저씨 오시니까 그때까지만 가게 좀 봐줘.
근석 : (눈이 커져서) 뭐?
해진 : 너 POS 어떻게 찍는지 알지? 부탁해. (나간다)
근석 : 해진아~ 야~ (난감)
한 사람이 계산할 물건을 들고 와서 계산대 앞에 선다. 근석 어설프게 계산한다. 서툴러서 속도가 나지 않아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손님의 줄이 하나 둘 늘어난다. 기다리던 여자손님 둘이 소곤거린다.
손님1 : 편의점 알바가 무슨 버버리 자켓을 입고 있냐?
손님2 : 보면 모르냐. 짝퉁이지.
손님1 : 짝퉁도 이미테이션은 비싸잖아
손님2 : 버버리 짝퉁은 흔하잖아. 딱 보니까 싼티 나는데?
근석 : (발끈 해서) 이거 짝퉁 아니거든? 정품이거든.
손님 둘 어이없다는 듯 자기들끼리 웃고.
뜨거운물 정수기 앞에 선 손님3 : 여기 뜨거운 물 안나오는데요?
근석 : (당황해서) 네? 뜨거운 물요?
계산대 앞의 손님 : 이거 빨리 계산해주세요.
다른 손님 : 여기 커피우유는 다 떨어졌어요?
근석 : (완전히 당황해서) 네? 네.. 없는데요.
줄이 점점 길어지자 손님 한두명이 계산하지 않고 물건을 들고 나간다.
몇시간 후 편의점. 허탈한 표정의 근석.
주인 : 가게를 어떻게 봤길래 2시간동안에 20만원 넘게 비냐고? 어떡할거야?
근석 : (지갑을 꺼내서 10만원짜리 수표 몇장을 꺼내놓고 나간다)
주인 : 어? 야!
병원
해진이 응급실 병상 옆에 앉아 있고 근석이 온다. 해진은 근석을 보고 일어나서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근석 : 어머님은 좀 어떠셔?
해진 : 괜찮으실거야. (잠시 말이 없다가) 너 그때 나 준다던 돈.. 빌려줄 수 있어?
근석 : (해진을 본다)
해진 : 이번달에 다 입금을 해버려서 병원비가 없어. 다음달에 갚을게.
근석 : 그래. 안갚아도 돼. 그냥 줄게. 뭐 나 옷 한 벌 안 사입었다 생각하면 돼.
해진 : (예민해서 기분 약간 상함) 넌 꼭 말을 그렇게 해야 하니?
근석 : (당황) 내가 뭐.. 또 실수했어?
해진 : (한숨) 관두자. 고마워. 여러 가지로.
강의실. 해진이 프로젝트 발표를 한다. 발표를 마치고 긴장된 표정으로 교수의 반응을 기다힌다.
교수 : (보고서를 보다가 얼굴을 들고) 좋아. 잘했어. 다음 팀.
해진과 근석이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는 해진과 근석.
근석 : (들떠서) 프로젝트 성공을 축하하며 건배~
해진 : 건배 (잔을 부딫친다)
근석 : 이제 시험 하나만 보면 방학이다. 태영이는 아빠네 회사 있는 홍콩에 갈거구 지훈이는 어학연수 간다는데.. 난 뭘하지?
해진 : 군대도 안갔다 왔는데 해외 나가는게 가능해?
근석 : 태영이는 미국시민권자 잖아. 지훈이는 면제고.
해진 : .. 그랬구나. (쓴웃음) 넌 면제도 못받고 뭐했냐?
근석 : 그러게 말이야. 나도 재검 받아볼까? 천희랑 대성이는 뭐한대?
해진 : 천희는 집에 내려가서 고기잡는거 도와야 한대. 대성이는 지난달에 배추 뽑으러 집에 내려갔다 와서 겨울엔 한가하대. ... 넌 뭐 하고 싶은거 없어?
근석 : ... (갸우뚱) 하고싶은거 없는데. 너는? 넌 뭐 하고싶은거 있어?
해진 : 몰라. 잊어버렸어. 하고 싶은게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
은행. 해진이 통장을 받아들고 나오면서 문자를 보낸다.
커피숍에서 앉아 있는 해진에게 근석이 다가온다.
근석 : (앉으며) 니가 나한테 먼저 연락을 다하고.. 왠일이야?
해진 : (봉투를 내밀며) 지난번에 빌린 거. 갚으려구.
근석 : 안 갚아도 된다니까.
해진 : 나 오늘 빚 다 갚았다. 너한테 빌린 것까지 다 정리하고 싶어.
근석 : 어? 정말이야? 그럼 너 이제 빚 없는거야?
해진 : 응. 고등학교때부터 4년동안 일해서 다 갚았어.
근석 : 와~ 대단하다 너. 그럼 이제 알바 안해도 되는거야?
해진 : 학비 벌 정도만 하면 돼.
근석 : 그렇구나.
해진 : 전에 나한테 하고싶은게 뭐냐고 물어봤었지?
근석 : 응
해진 : 이제 생각났어. 난 어렸을 적에 수의사가 하고 싶었어. 동물들 기르고 고쳐주고 하는 수의사.
근석 : .. 나도 생각났어.
해진 : 뭔데?
근석 : 난 만화가가 되고 싶었어. 어렸을 적에 책에다 맨날 만화 그려놔서 선생님한테 야단맞았었는데..
애니메이션 학원
해진이 준 봉투에 든 돈으로 등록하는 근석.
학원 책상에 앉아서 만화를 그린다.
동물병원. 해진이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 근석이 들어옴
근석 : 안녕? 언제부터 여기서 일했어?
해진 : 몇주 됐어. 무슨일이야?
근석 : 내가 그린 만화 보여줄려구. (스케치북을 펼쳐 보여준다)
해진 : (앉아서 만화를 본다) 이게 끝이야?
근석 : 응
해진 : (갸웃하며) 좀.. 싱겁지 않아?
근석 : 뭐가?
해진 : 등장인물도 둘뿐이고.. 줄거리도 없고..
근석 : 주인공하고 악당하고 싸우다 주인공이 이기는 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
해진 : (픽 웃는다)
웃으며 같이 만화를 보는 두사람에게서 점점 멀어지며 fade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