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밴드 8강전이 끝나고 4강 진출팀이 가려졌다.
다행인지, 아니면 내가 대중적 취향이어서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게이트플라워즈, POE, 톡식은 모두 4강에 진출했다

게플은 참 어떤 곡을 커버한다고 해도
보컬과 기타의 독특함과 기본기로 인해서 절반이상 먹고 들어가는것 같다.
게플이 부른다면 악어떼 뿐 아니라 어떤 곡을 한다고 해도 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예선부터 8강까지 늘 기복없이 안정적으로 내 맘에 들었고
특히 8강 paint it black은 내가 그닥 좋아하지 않는 원곡임에도
게플의 paint it black은 마음에 와닿고 무척 좋았다.
이게 이런 곡이었구나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원곡은 시니컬하고 반항적 파괴적인 면이 있었다면
게플은 처절하고 비극적인 느낌이 들었다.
(원곡이 원칙적인 입장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느낌이라면
게플은 피해자 입장에서 전쟁의 뼈아픔이 절절히 느껴진다)
톡식은 공연 안해도 문투에서 이길거라는 농담이 있지만
나야말로 게플은 노래 안듣고도 문자보내줄 수 있는 밴드다.
내가 들은 게플 노래중에 제일 맘에 안드는게 16강에서 연주한 my way인데
너무 평범한 편곡이고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서 끌어당기는 느낌이 부족했는데
그것은 사실 대중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해본 것이니 이해한다.
박핑크의 목소리만 듣고 있어도 그냥 넋놓고 시간이 잘 가니까 뭐.
개인적으로 게플곡중에 젤 많이 듣고 있는 곡은
양주MT가서 공연한 another one bite the dust 이다
원곡도 좋은데다 리듬감 있고 그루브한 느낌을 잘 살려서
계속들어도 쫄깃쫄깃하고 질리지않는다.

포는 16강에서는 hey jude 8강에서는 holliday를 편곡했는데
둘다 너무 맘에 쏙들게 좋았고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다.
나도 내가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게 될 줄 몰랐다.
진짜 프로그레시브, 사이키델릭, 아트락, 모던락 이쪽은 내 취향이 아닌데
포로 인해서 이런 음악들도 좋다는 걸 느끼게 되어서 참 고맙다.
hey jude는 밝고 희망적인 원곡을 우울하게 망쳐놨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생각에 비틀즈의 hey jude가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동화라면
포의 hey jude는 그 동화를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로 편곡한 것이다.
동화의 완전성과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포의 편곡이 싫겠지만
나처럼 현실은 동화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포의 편곡이 와닿을 수도 있다.
현대적으로 각색된 동화가 원작동화를 뛰어넘기는 어렵겠지만
동시대의 느낌을 제대로 반영하고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다면
각색동화도 나름대로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나는 본다.
미션이 바뀌는바람에 3일만에 편곡을 한 holliday도 느낌이 좋았는데
아쉽게도 이 곡이 3인조 포의 마지막 곡이 되고말았다.
4강에서는 2인조로 나온다니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포는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서 곡마다 호불호의 편차가 있는 편이다.
그래도 절반이상이 좋고, 자작곡이 좋고, 꽂힌 곡은 계속 듣게 되는 매력이 있다.

톡식은 16강곡인 나 어떡해가 개성도 있고 흡입력도 있고 연주력도 쩔고 좋았다.
특히 드럼과 기타가 미친듯한 속도로 같이 속주를 하는데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인트로의 기타 느낌은 그야말로 70년대 그시대로 돌아간 느낌
그시대를 잘 모르는 나로서도 애수를 띤 기타소리에 가슴이 짠 했다.
정우 기타의 장점은 무척 다양한 소리를 고르게 잘 낸다는 것인데
70년대식 애잔한 기타소리의 느낌도 잘 내고
80년대의 신나는 디스코와 그루브한 느낌의 소리도 잘 내고
90년대 스래시 메탈의 볼륨있게 뭉게는 거친 소리도 잘 내고
바로크메탈과 같은 날카로운 속주도 하고 그러면서도 자기자신만의 기타소리도 있다.
뮤트 소리도 맵시있고 리듬감있게 잘 잡는것 같다.
15살때까지는 피아노를 쳤다더니, 8강곡 충격에서 피아노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8강곡인 충격은 느린 템포의 곡이라는 것 말고도
여러가지로 기존의 톡식의 곡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었다.
곡의 절반가까이에 키보드가 들어갈 정도로 키보드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
(둘이 번갈이 키보드를 계속 치다시피 하는데 사실 사운드 채우는 느낌주는데는
열손가락으로 넓은 음역대를 커버할수있는 키보드만한 것이 별로 없긴 하다)
2분가까이 기타 없이 어쿠스틱피아노 톤으로 발라드느낌으로 간 것
(보컬이 약하다고 평을 듣는데 이런 도전을 할 수 있다니 패기가 넘친다)
보컬에 이펙트를 넣어서 몽환적인 느낌을 준 것
기타의 속주는 거의 나오지 않고 단순한 리듬기타와 사운드로만 승부했다.
방송에서 들었을 때는 정리되지않은 어수선한 느낌에 듣다만것 같아서
음원을 받을까 말까 했는데 받고 나서는 계속 반복중이다.
(나어떡해도 첨 들을때보다 반복해서 들으니 더 좋았다. 들을수록 좋은게 톡식의 매력인듯)
톡식은 계속 발전하고 바뀌고 있는 밴드라서 게플만큼 안들어봐도 될 정도의 확신은 없고
이번에도 좋을까? 하면서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 단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한번 듣기 시작하면 곡이 끝날때까지 몰입할 수밖에 없고
곡이 끝나면 반복을 누르지 않을 수 없다.


게플과 톡식은 얼핏 들으면 다른 밴드에 비해 무척 외국적인 사운드인데
(외국밴드에는 더러 있지만 한국에서는 듣기 힘든 대중적이지 않은 사운드라고 해야하나)
들으면 들을수록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신기하다.
게플은 편곡시에 멜로디나 코드는 원곡을 살리고, 느낌과 연주를 달리 가면서 변화를 주는 편인것 같다.
편곡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심사위원들한테 덜 까이는 팀인것 같다.
과도하게 변화를 주지도 않으면서 개성도 살아있고 메시지도 담고 있는 느낌이다.
포는 전반부는 멜로디는 원래대로 따라가면서 코드의 변화를 주어 다른 느낌을 주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자신의 창작으로 완전히 새로운 곡으로 바꾸곤 한다.(그때 전율이 확 느껴진다)
톡식은 얼핏 들으면 원곡느낌인데 자세히 들으면 원곡과 완전히 다르다.
나어떡해는 멜로디가 원곡과는 다른데 한동안 눈치를 못챘다.
원곡과 비슷한 부분이 거의 없는데도 원곡 느낌이 나는 것이 신기하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에게 편곡에서 점수를 높이 받는것 같다.

Posted by 에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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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밴드에 나오는 밴드 공연을 라이브로 들으며 어떨까 싶었는데
포 톡식 아싸 액시즈가 롤링홀에서 합동 공연을 한다기에 갔다.

외국 가수나 밴드 내한공연공연 몇번 갔었지만
갈때마다 몇만명이 들어가는 공연장에서 얼굴도 못알아보게
백미터쯤 떨어진 B석자리에서 듣다오곤 했는데
클럽공연은 TV에서 보던 얼굴이 그대로 몇미터 앞에 나타나니 헉 하게 되었다
현실감이 없음. 내가 지금 TV를 보고 있는건지...
근데 TV보다는 다들 훨 잘생기고 이쁨.

AXIZ
TV에서 볼 때는 그냥 지루하고 별로 잘한다는 생각 못했는데
실제 들어보니 신나고 사운드가 꽤 빵빵하게 차있었음
실수도 거의 안하고 매끄러운거 같고 왜 실력파 소리를 듣는지 알겠더라.

POE
실제 들으면 TV에서 듣는것과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는데
기타가 없고 신디 위주라서 다른 밴드보다는 TV와 비슷하게 들리는 편.
그래도 베이스나 드럼이 울리는 소리가 역시 현장에선 더 강렬하고 다른거 같음.
보컬도 방송보다 훨씬 울림이 있고 힘있고 다양한 느낌이 남.
자작곡들이 상당히 다채롭고 괜찮아서 앞날이 기대가 됨.

게스트 해리 빅 버튼
보컬이 카리스마있고 사운드도 묵직하고 안정감 있고 연륜이 느껴지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의 사운드였음.

아이씨사이다
역시 TV에서 보던대로 계속 웃게 만들고 뛰게 만들고 신나게 만들었음
TV에서 보던거보다 더 볼륨감있고 빠방하고 하드한 사운드

TOXIC
조별경연이나 방송에서는 깔끔하고 날카롭게 사운드를 뽑는데
라이브에서는 양주때도 그렇고 너무 웅웅거려서 사운드의 개성이 많이 사라지는 느낌.
게다가 TV에서 듣던거보다 템포가 꽤 빠른거 같아서 당황.
근데 돌아오면서 녹음한거 들어보니 TV에서 듣던거랑 속도가 같음.
다른 밴드들은 공연을 보면 신나는데 TV에서 보면 속도가 좀 늘어지게 들리고
톡식은 실제 공연을 보면 너무 빨라서 소리가 좀 뭉개지는듯 한데
녹음된걸 듣거나 TV를 보면 속도감있고 신나게 들리는거 같음.
음향팀이 녹음을 잘해서 그런지 톡식이 방송에 적합한 음악을 하는건지
나만의 착각인지 그건 잘 모르겠으나 내 느낌이 그냥 그랬음.


정우 경력을 보면 뮤지컬도 잠시 했는데 그래서인지 퍼포먼스가 남다른 느낌이다
다른 밴드는 기타나 베이스는 거의 늘 정면을 바라보고 등을 보이는 법이 없는데
정우는 눈맞출 멤버가 드럼밖에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가끔 등도 돌리고
키보드를 치느라 옆을 보기도 하고 무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기도 하는데
움직임의 동선이나 몸짓이 뮤지컬 배우처럼 연극적인 느낌이 난다.
표정이나 노래할때의 억양도 뮤지컬을 보는 것 같은 표현력이나 호소력이 있다.
음악만이 아니라 음악 외적인 것이나 대중성의 면에서
감성, 스토리, 볼거리, 음악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다른 밴드와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음악이나 보컬 자체만으로만 보면 다른 밴드보다 크게 앞서지 않더라도
그 미묘한 차이와 느낌을 극대화 시키고 전달시키는 힘이 큰것 같다.
기타소리도 거칠고 볼륨있게 뭉개는 소리의 thresh metal 느낌의 리프로 시작해서
중간에는 날카로운 속주 솔로로 변화하는 것이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보컬 기타를 둘다 혼자 하니까 보컬 눈치 볼 필요 없이
맘대로 보컬 기타 키보드를 원하는 곳에 엮어서 곡을 구성할 수 있으니 그것도 장점같다.
슬옹이의 드럼은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잘하는것 같다.
요즘에는 슬옹이 드럼 소리에 집중해서 듣고 있는데
인트로에서는 강하게 단순하게 치고 기타가 나오는 중간에는 섬세하게 박을 쪼개서 살살 받쳐주고
멈춰야 할때는 순간적으로 숨을 딱 멎게 했다가 필인을 치고 나가는게 정말 일품이다.
아뭏든 둘다 영리하고 센스가 있고 신기한 녀석들 같다.

Posted by 에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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