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가 좋은건 비추보다 덜 찔린다는거..
이건 어디까지나 캐릭을 좋아하는거라구~
 
 

진지왕과 혼인하여 황후가 된 미실의 치세가 계속 된지 이십년이 되어갔다. 미실은 복야회를 반역의 무리로 규정하고 탄압을 하였고, 복야회의 저항도 점차 거세졌다. 복야회는 대가야 왕족의 후손 월야가 이끄는 대가야 계 군대조직과 무사 비담이 이끄는 아라가야 계 자객단이 있었다. 그들은 독자적으로 때로는 협력하여 신라군과의 내전을 이끌었다. 미실은 진지왕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형종을 위해 사량부를 신설하여 맡겼고 장차 왕위를 이을 후계자로 기르고 있었다.

사량부는 최근들어 심상치 않은 복야회의 움직임을 주로 감시하고 있었다. 복야회는 비밀조직으로 숨어지내던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신라군을 여기저기서 공격하고 빠지는 전술을 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비담이 이끄는 자객단은 몇 명만으로 순식간에 신라군 부대 백여명을 상대하여 쓸어버리고 사라지는 일 마저도 있었다. 비담의 거처와 복야회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가야유민들의 마을 주점 마다 첩자를 보내두었다가 의심이 가는 자가 나타나면 붙잡아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


“사량부다. 가자.”

노방골 가야 유민촌에 왔던 비담은 사량부 관원들에게 둘러싸였다. 비담은 뚫고 도망칠 것인지 잠시 망설였다. 숫자로 봐서는 혼자 뚫고 도망칠 수 있었지만, 한 명이라도 살아 도망가게 둬서는 자신의 얼굴이 알려질 것인데, 이런 복잡한 장터에서 모든 자를 찾아 죽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몇 명 안되는 자들이 추포하러 온 것으로 봐서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잡으러 온 것 같지는 않았다. 가야 유민들의 마을에 드나드는 이상 사량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비담은 순순이 사량부를 따라나섰다.


“복야회 첩자로 의심되는 자를 잡아놨습니다.”

부하의 말에 사량부령 형종은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의심가는 자를 잡아들이고 취조하는 사량부 일은 특별히 흥미있을 일도 없는 일상적인 업무의 연속이었다. 곧 부군으로 책봉될 형종이었지만 왕이 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왕이 된다 해도 어머니 미실의 섭정에 좌지우지 될테고 신라에도 삼한에도 그다지 그의 관심을 끌 만한 일들은 없어보였다.

형종은 일어서서 취조실로 향했다. 흰 달이 검은 하늘에 걸려 있었고, 그 달보다 더 창백한 형종의 얼굴에는 웃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검은 옷을 입고 조용히 복도를 미끄러지듯 걷던 그는 조사실 안을 들여다 보았다. 방안에는 한 젊은이가 서성이고 있었다.

“저 자인가?”

“예 약재상이라고 하나 수상한 느낌이 들어 데려왔습니다.”

과연 큰 키에 날렵한 동작에 침착한 태도까지 평범한 약재상이라기에는 비범한 느낌이 드는 사내였다.

“방해하지 말거라.”

형종은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젊은이는 서슬퍼런 사량부령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쏘는듯이 정면으로 바라봤다.

“어찌해서 저를 잡아가두신 것입니까? 이유라도 알려주시지요.”

형종과 비담은 동시에 흠칫 놀랐다. 서로 얼굴이 너무도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가느다란 눈에 어둡고 날카로운 느낌의 형종과 달리 비담은 크고 타오르는 듯한 눈을 갖고 있었다. 얇고 조소어린 입술의 형종과 달리 비담은 육감적이고 도톰한 입술을 갖고 있었다. 희고 창백한 형종과 달리 비담은 햇빛에 그을린 단단한 피부였다. 하지만 그 외에는 거의 판에 박은 듯이 같았다. 뿐만 아니라 담대한 배짱이나 속을 가늠하기 어려운 표정조차도 닮은 듯 했다.

“조사를 해서 죄가 없으면 바로 풀려날 것이니 염려치 말거라.”

형종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네가 노방골에 약재를 대는 행상을 한다고 들었다.“

“…”

“그런데 약재를 팔면서 다른 것도 전달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다른… 것이라니요?”

“글쎄… 그야 나도 모르지.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형종은 비담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어딘지 반항적이고 거슬리는 비담의 태도와 도발적인 눈빛를 보니 밟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납고 시원스런 눈매와 달리 비담의 예쁘장한 입가에는 색기가 흘렀다. 궁안 사람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적인 느낌과 궁밖 사람에서는 보기 힘든 도도한 자신감과 매력이 있었다.

‘어떻게 밟아줄까…’

호기심이 동한 형종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감추고 있는 것은 없느냐.”

“…그런 것 없습니다.”

“정말.. 없어? 뒤져서 나오면 어떡할래?”

형종은 보일 듯 말 듯 미소지으며 말했다.

“안 나오면 어떡하실 겁니까?”

비담은 기가 죽기는커녕 오히려 깐죽깐죽 비웃으며 형종을 걸고 넘어졌다.

“사량부으로서 정중히 사과하겠다.”

형종은 빙긋 웃으며 책상위에 놓인 비담의 짐을 살펴보았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약재와 책이 전부였고, 뭔가 나왔다면 이미 수하들이 찾아 냈을 것이었다. 형종은 책상에 비스듬히 기대 서서 말했다.

“벗어보거라.”

“뭐?”

“그거… 옷 안에 감추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희미하게 웃는 형종을 기분나쁜 듯 째려보면서 비담은 윗옷을 벗어 던져주었다. 형종은 옷을 받아서 살펴보았다. 물론 수하들이 이미 몸수색을 끝냈으니 무기나 단서 같은 것은 없을 것이었다. 형종은 비담의 몸을 바라보았다. 훈련으로 단련된 듯 단단한 무사의 몸이었다. 형종은 직감적으로 그가 복야회와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복야회와 관련을 추적하는 것 보다 이 거친 야생동물을 포획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비담은 형종을 보며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형종의 시선이 닿았을 뿐인데도 마치 손길이 닿은 것 처럼 그의 눈길이 머무는 자리마다 간지러웠다.

형종은 비담에게 다가와 드러난 비담의 구리빛 가슴과 어깨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뱀처럼 스르르 몸을 더듬는 형종의 손이 닿은 자리는 불에 덴 듯 뜨겁게 느껴졌다.

“뭐…하는거야?”

비담의 눈썹이 꿈틀 했다. 비담의 입술을 어루만지며 형종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내 말 잘 들으면 살려 줄 수도 있어”

“뭐라구?”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있는 비담에게 형종이 서늘하게 웃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가야 놈 하나 죽인다고 문제될 건 없어. 증거는 죽이고 나서 만들면 되는거고…”

“이게 지금.. 장난해?”

“넌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싫으면… 죽던지…”

비담은 주먹을 쥐고 한대 치려는 듯 쳐들었지만 부르르 떨며 내렸다. 비담의 탄력있는 몸을 만지던 형종은 점점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이었지만 가까이 갈수록 보면 볼수록 이 싱싱한 활어같은 녀석을 흥분시키고 싶다는 충동이 끓어올랐다. 형종은 비담의 목을 핥다가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혀를 만져보았다. 촉촉한 혀를 만지자 갑자기 욕망이 폭발한 형종은 비담의 입에 자신의 혀를 넣었다.

“무.. 무슨짓이야..”

비담은 형종을 떠밀었다. 형종의 따듯하고 촉촉한 혀가 자신의 혀를 감아올리는 순간 찌르르하게 온몸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정체모를 쾌감에 놀라고 당황해서였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돼. 죽는거 보다 낫잖아?”

형종은 쌔근거리는 숨소리를 누르며 낮게 말했다.

“미친 놈..”

비담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이를 갈며 말했다. 형종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않고 다시 비담에게 다가와 더 거칠게 입을 맞추며 비담의 바지를 풀어 내렸다.

“아훗….”

형종의 손이 은밀한 곳에 닿자 비담의 눈이 초점을 잃은 채 동공이 작아졌다. 형종은 욕망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흐릿해진 비담의 눈을 지긋이 들여다 보며 손을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비담은 더 이상 저항할 의지를 잃고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 했지만 형종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비담의 몸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손으로 더듬으며, 비담에 절정에 이를 듯 하면 뜸을 들이며 한참동안 비담을 가지고 놀았다. 그것은 고문과 다름없었다. 짜릿한 쾌감이 저릿한 아픔이 되어 왔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죽여버릴거다 너…”

비담은 형종에게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 형종은 약올리듯이 애무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어서 항복해… ”

처음에는 신음을 참고 움직이지 않으려던 비담도 형종의 끈질긴 공격에 무너져갔다. 형종은 비담이 완전히 달콤한 쾌락의 노예가 되어 신음하고 온몸으로 자신을 원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비담을 안으며 자신의 몸을 넣었다.

“훅…”

비담은 격렬하게 몸을 떨었지만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형종의 몸이 움직일 때 마다 반응하며 짜릿한 쾌감에 빠져갔다. 마침내 한식경 가까이 지나서야 형종은 절정을 허용하며 비담을 놓아주었다.

비담은 원수인 신라군 그것도 사량부령이자 신라왕자에게 이렇게 당했다는 것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자신의 반응이었다. 어떻게 원수와 몸을 섞으면서 이렇게 쾌락에 떨며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 누구야?”

형종은 녹초가 되어 바닥에 쓰러진 비담에게 옷을 덮어주며 물었다.

“죽이지 않을 테니 사실대로 말해봐.”

그때 밖에서 부하가 문을 두드렸다.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급한 일입니다.”

형종은 옷을 추스르며 밖으로 나갔다.

“비담이 어제 노방골에 갔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설마…!’

형종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 비담은 이미 신라 전역에 추포령이 떨어졌고, 잡히면 바로 처형될 것이었다.

“…당장 가서 노방골에 사는 자가 아니라면 모두 잡아들여라.”

명령을 내렸지만 형종의 가슴은 쿵쾅거리고 있었다.

“저자는 어찌할까요?”

“…보내주거라.”

형종은 짧게 말하고 집무실을 향해 갔다.

Posted by 에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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