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담의 캐릭은 크게 문노의 죽음 이전까지, 이후부터 미실의 죽음까지, 이후부터 끝까지 3부분으로 나뉘어지지만, 사실 매회 조금씩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때문에 비담 팬들도 각자 좋아하는 모습이 다 다르다. 나의 경우 34회 비재때가 가장 비담의 악마적인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회라서 좋았는데 인터넷에 보면 34회의 비담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는 피비담, 깨방정비담, 사량부령, 오리비담 순으로 좋아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중반의 오리비담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후반의 차가운 사량부령을 좋아하는 사람, 초반의 깨방정 비담을 좋아하는 사람 순인 것 같고, 남자들은 피비담을 선호하는 것 같다. 오죽하면 4명의 비담이 등장하는 비비비비 스토리까지 등장을 하겠는가. 그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칭찬을 해야 할 일이겠지만, 같은 인물이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라면 조금 문제일수도 있다. 개인적으로야 김남길의 다양한 연기를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캐릭의 일관성이 더 두드러졌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본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작가들이 비담의 인기에 눌려서 오리비담으로 튼 것, 그리고 유신을 띄우기 위해 53~56회에서 비담을 너무 무시하면서 그린 것, 또 반대로 57회부터는 비덕라인 띄우기로 급선회하면서 전체적인 스토리에 일관성이 없어진 것이 비담 캐릭터의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쳐서 아쉽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김남길이 아무리 오리비담 연기를 하더라도 똘끼와 야망을 잊지않고 보다 강하게 표현해 줬더라면 좋았을텐데 싶다. 내가 작가라면 비담을 사량부령이 아닌 장군으로 만들어서 유신과 대립하도록 그렸을 것 같고, 삼한일통과 전쟁에 대한 야망 때문에 덕만 유신과 대립하는 것으로 그려나갔을 것 같다.
비담이로 프린스메이커 짤
비담의 라인
사실 나는 비덕이나 알앤비에 대해서는 별다른 케미를 느낄수가 없다. 비덕은 종반까지 요원덕만이 러브라인이 쌍방이 아니라고 믿고 연기해서인지 박볼트가 그렇게 유도해서인지 아뭏든 케미가 안느껴지고, 알앤비도 내가 알천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아서인지 인터넷의 열기만큼 흥이 나지는 않고 드라마에서도 그다지 비중있게 그려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대부분이 인정하는 미담라인의 긴장감이나 케미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보통은 나쁜 엄마에 착한 아들이거나 착한엄마에 나쁜 아들인데, 나쁜 엄마에 나쁜 아들이라니 이런 신세계는 일찌기 거의 본적이 없는것 같다. 천재 엄마와 천재 아들이 서로 물고 뜯는 싸움구경이 얼마나 재미난지, 결국은 사랑싸움으로 귀결되는 연인간의 싸움과는 다른 긴박감이 넘치는 것 같다. 대본도 훌륭하지만 둘의 연기가 더 훌륭했다. 웃으면서 상대방의 아픈 컴플렉스를 정면으로 찔러대는 두사람(서로의 약점과 트라우마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갈구하는 두사람, 하지만 끝내 함께 할 수 없는 두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슬프고 애절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두사람이 모자인줄 모르고 대면하던 씬의 긴장감이 쩔었고(드라마보다말고 벌떡 일어난 건 처음이었던 듯) 33화에서 비담이 출생의 비밀을 알고나서 미실에게 “아 비교하면 안되는건가?” 하면서 건방지게 웃고나서 “측은지심도 없고 비정하다고요”하면서 ‘니가 날 버렸지? 두고보자’ 하는 듯 미실을 째려보는 장면에서 비담의 연기가 정말 좋았고, 35화에서 미실이 비재에 진 비담에게 “부모에게 투정부리는 아이같은 뭐 그런거” 하면서 ‘너 나한테 사랑받고 싶지?’ 하는 듯 비웃을 때 미실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청유신이나 49 50회의 미실의 최후 회에서의 두사람의 연기야 어느 장면이 명장면이라고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미담장면이 레전드다.
노비라인은 비담의 일방적인 짝사랑인 것 같지만 둘이 많이 붙어나오기도 했고 문노도 마음속으로는 비담을 아끼고 있었다는 것이 군데군데 드러나는 만큼 초반에 정말 좋아했던 라인이다. 아니, 사실은 문노가 비담때문에 어쩔줄 몰라 소리만 버럭 지르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문노 은근히 츤데레) 비설라인도 드라마에서는 얼마 그려지지 않았지만 설원공도 케미 내공이 엄청난 사람이라 비담과 둘이 붙여 세워놓기만 해도 나는 뭔가 기대하게 되고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비염라인은 처음에는 염종의 코믹연기가 비담과 찰떡처럼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훈훈하고 좋았지만 타임워프 이후로는 염종의 어딘지 스산하고 사이코틱한 느낌이 지나쳐서 좀 무서웠다. (극 전개상 그래야 했지만 전반적으로 타임워프 이후로는 덕만 비담 염종 춘추 등 모든 캐릭들이 너무 지나치게 메마르게 변해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유신과 알천만은 변화가 없는데 이것이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쓴 글의 절반이상이 비추인 만큼 내가 가장 좋아했던 라인은 비추라인이다. 사실 춘추가 등장해서 처음 얼마는 워낙 둘이 티격태격해서 별다른 느낌이 없었고 본격적으로 비추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춘추가 “어느쪽이 먼저 나올까? 여자임금? 아니면 진골임금?” 하고 말하면서 비담을 자기 사람으로 끌어들이려는 유혹적인 눈빛을 보내고 비담도 그것을 ‘오 그래? 너 제법 귀엽네’ 하는 듯 미소로 받는 것을 보면서부터였다. 둘다 천재적이고, 야망이 있고,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고, 속마음을 잘 감추는 비슷한 점이 있다. 반면에 비담은 동적이고 뜨겁고 몸이 먼저 움직이는 반면에, 춘추는 정적이고 차갑고 머리로 모두 계산하고나서 움직인다. 그런 비슷하면서도 다른 둘이 서로를 마음에 두고 인정하면서도, 치열하게 서로 자기가 주도권을 잡으며 상대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이 흥미로왔다. 시놉에 비담은 선과 악을 모두 가진 인물이며, 춘추는 선과 악을 초월한 인물이라는 설정도 좋았고 에피소드들도 실제로 그렇게 잘 그려냈다. 캐릭 구성도 훌륭했지만 두사람의 연기도 정말 좋았던 것 같다. 남길도 케미가 쩔어서 라인을 많이 만들지만 승호도 어떻게 미성년자에서 저런 케미가 나올수 있나 싶다. 승호 연기는 내가 여러 번 칭찬한 것 같은데 태사기까지만 해도 그다지 잘한다는 느낌을 못받았는데 이번에 춘추 역은 정말 신인상 받을 만 한 것 같다. 시놉에는 후반에 둘이 대립한다고 했는데 본격적인 대립장면은 그다지 나오지 않고 비담 혼자서 스스로 무너져 간 느낌이라 아쉬웠다. 사실 둘이 대립하려면 비담이 왕이 되려는 야망이 있어야 하는데 오리비담이 된 순간 둘의 대립도 물건너 간 셈이다. 내 비추소설에서 비담은 피비담을 기본으로 하고, 오리비담의 모습도 보이지만 덕만을 여인으로서 좋아하기보다는 이상적인 군주, 정신적인 지주로서 좋아하는 편이다. 무의식적으로 춘추를 좋아하고 있지만 자신은 덕만을 좋아한다고 믿는, 레트를 좋아하면서 애슐리를 좋아한다고 믿는 스칼렛같은 그런 비담이다. 춘추는 그런 비담을 각성시켜주려고 하지만 비담이 워낙 오리같이 각인된 상태라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