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변을 산책하는 마에와 정명환.
명환 : 건우가 너 잘 지내는지 묻더라. 니가 몇 달째 전화를 안받는다고...
마에 : ... 유스 오케스트라는 잘 되고 있는거야?
명환 : 응? 뭐 잘 되고 있는거 같던데? 건우가 워낙 사람 사로잡는 매력이 있잖냐. 그리고 이젠 학벌에 수상경력에 유명오케스트라 지휘경력까지 있으니 한국에서 공연 전부터 주목받고 있지. 몇 년 전하곤 다르니까 걱정 마. 조금 있으면 나보다도 유명해 질 거 같은데?
마에 : (딱딱하게) 다행이군
명환 : 근데... 애가 많이 안되보이더라.
마에 : 뭐가?
명환 : 누렇게 떠가지구... 걘 너한테 잘보이고 싶어서 음악하는 애잖아. 근데 니가 안봐주니까 음악 할 재미가 나겠냐?
마에 : ...
명환 : 이번에 예정된 공연 끝나면 잠시 그만두고 독일로 올거래. 근데.. 지휘자가 몇 달 뜨면 금새 느슨해지고 흩어지는게 오케스트라인데.. 그것도 생긴지 몇 달 안되고 제대로 틀도 안잡힌 유스오케스트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건우가 얼마나 고생고생해서 만든 오케스트란데.(흘낏 마에 눈치를 보며) 건우가 너 때문에 음악 포기하고 온다잖아.
마에 : (쌀쌀맞게) 됐어. 오지 말라고 해.
유스오케스트라 공연날. 공연장.
건우가 등장해서 마이크를 잡는다.
건우 : 저희 유스 오케스트라 공연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진정으로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를 찾은 것 같습니다. 이 행복한 순간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었으면 좋겠지만, 순간은 결국 지나가는 것이겠죠. 하지만 저와 함께 한 이 순간이 여러분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사하고 지휘를 시작한다)
건우가 지휘를 하는 유스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환호하는 관중들.
건우가 공연을 마치고 지휘자실로 들어온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에가 기다리고 있다.
마에 : (심술궂게) 싫컷 놀다 왔어?
건우 : (놀라며) ...선생님?! 여긴 어떻게...
마에 : 니가 노느라고 정신팔려있으니 어떡해. 내가 와서 정신 차리라고 때려줘야지. 2악장 템포가 그게 뭐야? 왜 그렇게 빨라? 3악장은 아예 날라가더군.
건우 : 제 공연 보신거에요?
마에 : (이죽거리며) 니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았다고? 그럼 이젠 독일에 올 필요 없겠군. 너 그냥 한국에서 계속 눌러앉아 살라는 말 하려고 왔어.
건우 : (긴장) 네?
마에 : 당분간 한국에서 좀 지내볼려구.
건우 : (어리둥절) 선생님이... 한국에서요? 그럼 뮌헨필은 어떻게...
마에 : 연습이 매일 있는건 아니잖아. 객원지휘자가 오는 날도 있고... (딴전피우며 빙빙 돌려서) 게오르그 솔티도 22년동안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있었지만 지휘할 때만 시카고에 가고 유럽에서 살았다는데, 나도 한국이랑 독일이랑 왔다갔다 해야지 뭐.
건우 : (감격해서 보면)
마에 : 넌 이제 막 오케스트라 만들어서 연습도 시켜야 하고 바쁠테니까... 그러니까 내가 한국에 오는 수밖에 없잖아. 넌 비행기도 싫어하고 내가 돈도 더 잘버니까...
건우 마에가 말하는데 와락 달려와서 키스한다.
건우 : 사랑해요 선생님.. 영원히 사랑할거에요
마에 : 이세상에 영원한건 없어. 하지만 지금은..(부끄러워하며 좀 뜸들이다) 널 사랑하는거 같군.
둘이 마주보고 웃으며 fade out.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