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후

벨소리. 건우가 문을 열자 정명환이 서있다.

건우 : 어 선생님..

명환 : 잘 있었어? 건우는?

건우 : (반가와서) 계세요. 뮌헨엔 어쩐 일이세요?

명환 : 응 공연 있어서 지나가다 들렀어.

마에 방에서 나온다

명환 : (웃음) 건우야 안녕?

마에 : (특유의 이죽거리는 웃음) 무슨일이야?

명환 : 나 배고파. 밥사줘~ 건우야 너도 가자(건우의 팔을 잡아끈다)


호프

나란히 앉은 건우와 마에. 맞은편에 앉은 명환

명환 : 그때 우리 같이 프랑크푸르트에도 갔었잖아. 쾰른 갔던 다음 해에.

마에 : 내가 너랑 거길 왜가?

명환 : 악보 사러. 같이 갔었잖아. 전철 잘못타서 뒷골목에서 헤매다 겨우 찾았잖아. 결국은 돌아오는 기차 놓쳐서 역에서 자고. 내가 춥다고 신문지 덮고 껴안고 자자고 했더니 니가 밤새 걸어다니면 안 추울거라고 했잖아.

건우 : 하하하

마에 : 노숙자도 아닌데 역에서 왜 자? 기차 기다려야지.

명환 : 학교다닐때 내가 맨날 건우한테 뽀뽀하고 도망가다 잡히면 죽도록 맞았었거든. 난 그냥 장난친건데 건우는 스킨쉽 무지 싫어하잖아. 그래서 재밌어서 더했지.

건우 : 아 그랬어요? (마에와 추억이 많은 명환이 부럽다)

명환 : 뮌헨 오케스트라에는 꽤 오래 있네? 자리 잡을 생각이야?

마에 : 뭐 나쁘지는 않아. 독일 사람들 성격이나 음악하는 방식이 나하고 그런대로 맞는거 같고.

명환 : 근데.. 건우야..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너 연애하냐?

마에 건우 동시에 말없이 긴장하며 명환을 본다

명환 : 어 건우 너도.. 너네 둘다 표정이 환해진게.. 꼭 연애하는거 같다. 여자친구 생겼어?

마에 : 내가 그런거 질색인 줄 알잖아

명환 : 어.. 아님 말구.. (씩 웃으며 맥주를 마신다)


한두시간 후 술자리가 끝나고 마에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한다.

명환 : 잘먹었어 건우야~ (나간다)


호프 밖에 먼저 나와있던 건우에게 명환이 다가간다.

명환 : 야. 건우야.

건우 : 네

명환 : 너네 둘이 사귀냐?

건우 : (화들짝 놀라) 네? 아니.. 아닌데요.

명환 : (장난치듯) 사실대로 말해봐. 아냐? 둘이 서로 쳐다보는 눈빛이 장난 아니던데.

건우 : 선생님 저 안 좋아하시는데요.

명환 : 그럼 너는? 넌 좋아해?

건우 : (난처함) ...

명환 : 정말 시치미 뗄거야? 뭐 니가 아니라고 해도 다 아는 방법이 있지. 나도 이 방법은 쓰기 싫지만 말야. (흘낏 호프 문을 돌아본다) 건우한테 얻어맞긴 싫은데.

건우 : 네?

명환 : 저기 나오네. (마에가 나오는걸 확인한 후 건우를 벽에 밀어붙이고 뽀뽀한다)

건우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한다. 마에 표정이 무섭게 바뀌면서 명환을 떼어내고 주먹을 날린다.

명환 : 아~ 아야~ 건우야 좀 살살 해라. 너 주먹은 여전하구나.

마에 : 너 애한테 무슨 짓 하는거야?

명환 : 너 그러다 신문에 난다. 뮌헨 필 오케스트라 지휘자 길거리에서 폭행하다 하고.

마에 : 내 제자야. 얘 건드리는 건 날 건드리는거나 마찬가지야.

명환 : 알았어~ 안그러면 되잖아~ 갈게 (건우한테 알았다는 듯 찡긋 윙크. 간다)

건우 가는 명환을 보며 복잡한 표정.

건우 : (마에를 보며) 저기.. 정명환 선생님이 그냥 장난하신거에요.

마에 : (무뚝뚝하게) 알아. (간다)


집에 두사람이 들어선다. 마에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연다.

건우 : 안녕히 주무세요.

마에 멈칫 하고 돌아서서 건우를 보고 화난 표정으로 잠시 서 있다가 성큼성큼 건우에게 다가간다. 건우는 얻어맞는 게 아닌가 싶어 움츠러들며 긴장하여 눈길을 피하는데, 마에가 건우를 잠시 보다가 껴안으며 거칠게 키스한다. 건우는 황홀한 기분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마에는 여전히 화난 표정으로 건우를 잠시 보더니 혼자 남겨두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버린다. 멍한 건우.


다음날 뮌헨대학

전화받는 건우.

건우 : 네? 지금요?


학교 캠퍼스를 명환과 건우가 같이 걷는다

건우 :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명환 : 응 잘 들어갔지. 너네는? 어제 뭐 좋은 일 없었어?

건우 : (얼굴이 붉어져서 아무말 못한다)

명환 : (픽 웃으며) 건우가 왜 너를 받아들이지 않는지 알아?

건우 : (보면)

명환 : 널 두려워해.

건우 : (말도 안된다는듯) 네?

명환 : 상처받는게 두려운 걸 수도 있지만 그거야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그런 거고..

그보단 너한테 걸림돌이 될까봐 두려운 거야. 너 건우 자존심 얼마나 센지 알지? 남한테 폐 끼치는거 죽기보다 싫어해. 그런데 걔가 유일하게 천재로 인정한 너한테 짐이 될까봐 두려운 거야. 훨훨 날아가도록 앞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너를 혼자만 갖고 싶어서 구속하려 들게 될까봐서.

건우 : (마에의 행동이 조금 이해가 가는)

명환 : 아무튼 잘 되길 빈다. 건우가 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지고 들어보면 음악도 넓어진거 같아.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하지 말구.

건우 : ...



Posted by 에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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